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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봉준호 단편 영화 백색인 (WHITE MAN,1994) 리뷰 사회는 변한 것이 없는데? [스포 O]

by ^()$&▼ 2021. 8. 16.

※ 스포 주의

봉준호 감독은 이제 한국 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 못해 역사를 만든 인물이 되어버렸습니다. 봉준호 감독 작품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 달성은 물론 작품상까지 받으며 한국 영화사에 다시는 없을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현재 그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시대를 읽는 능력 그리고 디테일한 연출력이 한 몫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좋아하던 감독님이었지만 과거 작품은 첫 장편 영화 플란다스의 개말고는 잘 모르고 지내다가 한 편의 단편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접한 백색인 (WHITE MAN)이라는 단편 영화입니다. 살인의 추억 블루레이 속에 있던 단편 영화였기 때문에 살인과 관련된 단편 영화인가 싶었지만 전혀 아니었고 회색 도시 속 화이트 컬러의 삶을 보여주는 단편 영화였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항상 던지는 메시지인 계급에 대한 것도 살짝 보여주고 백색인의 모순된 모습도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뜻깊게 봤습니다.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있어서 같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이 영화는 20여 분의 단편 영화이고 30년이 다 되어가는 영화이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백색인의 모습, 뉴스 속 이야기들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영화의 큰 흐름을 현재와 과거의 모습으로 맥을 짚어 보기 편했습니다. 영화에서 크게 바라볼 수 있는 포인트들을 짚어봤습니다. 

 


1994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TV 속 세상

1994년 뉴스를 들려주며 백색인의 모습을 비추는 카메라 그리고 관심이 전혀 없는 백색인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공직자 재산은 그 당시에도 100억을 쉽게 이야기하는 수준이었고 올림픽 양궁은 애국가를 울려 퍼지게 했으며 노사 갈등에 관한 뉴스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고도 사람들의 겉치장을 중시하는 광고들과 맥주 광고가 등장하며 사람들의 공허함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죠. 

 

이런 TV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듣고 있으면 과거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던 허영심이나 높은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고 우리의 마음은 저 당시와 무엇이 다를까?라는 의문이 들게 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TV의 크기와 화질 사람들의 만족도의 크기가 작아졌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한국이 전체적으로 밝아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는 저 당시와 현재 우리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개개인마다 다를 것 같은 잘린 손가락의 의미

주인공은 자기 집 주차장에 떨어진 잘린 손가락을 신기해하고 잘린 손가락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노는 기행을 보여줍니다. 저는 이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겠으나 마지막 뉴스로 유추해봤을 때 잘린 손가락을 가지고 사장을 죽이러 갔던 노동자에 대한 백색인의 조롱을 형상화한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백색인에게 노동자들이란 그저 망가지면 바꾸면 되는 기계이고 누르면 전화가 가야 하는 전화기 같은 비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잘린 손가락은 자신의 생계유지 수단이며 가장 소중한 신체의 일부입니다. 이런 신체의 일부가 바닥에 힘없이 떨어져 있는 모습은 마치 노동자의 힘없는 외침을 형상화한 것 같았고 백색인은 그런 노동자의 외침을 듣지 않고 기계의 고장 난 신호음으로 듣는 것 같아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잘린 손가락의 의미를 생각하며 영화를 감상하신다면 더 다채로운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백색인의 아파트

아파트가 가지는 상징은 과거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10억 아파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제는 10억 아파트에 산다고 그를 부자라고 하지 않습니다. 중산층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해진 기준이 돼버렸죠. 백색인의 아파트 94년 아파트는 어땠을까요? 지금의 아파트의 상징성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97년 기사만 봐도 

출처 : 연합뉴스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26.8%에 이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아파트에 사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고 유추가 가능합니다. 

출처 : 연합뉴스

93년 기사에서도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보여주듯이 아파트 그리고 내 집이 가지는 상징성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백색인이 아무렇지 않게 살고 있는 공간인 아파트와 일반 주택의 모습을 비교하는 장면이나 아파트로 올라가기 위해 주택들을 지나가는 모습은 기생충의 빈부격차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어쩌면 기생충의 시작이 영화 백색인부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속 아파트나 주택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저나 감독님이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시각으로 영화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단편 영화이지만 잔잔하게 지금과 과거를 비교할 수 있어서 더 흥미롭게 봤던 백색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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