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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모가디슈 리뷰 남북한 생존의 화합 [스포O, 결말 O]

by ^()$&▼ 2021. 7. 30.

※ 스포 주의

영화 모가디슈를 보고 왔습니다. 정말 정말 정말 여러분에게 추천합니다. 남북한 메시지가 담긴 그저 그런 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으로 향했지만 연신 속으로 WOW를 외쳤습니다. 별 5개짜리 영화는 분명히 아니지만 별 5개를 받아도 되는 충분한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기준으로 모가디슈의 평점은 9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님의 군함도 꼴이 나는 것이 아닌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박진감과 배우들이 묻혀버린 캐릭터들이 영화를 장악해버렸습니다. 영화 속으로 저랑 같이 들어가 볼까요? 

 


배우들을 잊게 만들어버린 캐릭터들

 

저는 잘 만든 캐릭터는 배우들 본연을 잊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 배우보다는 히데코가 김태리 배우보다는 숙희가 남았듯이 배우의 이름을 잊게 만드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유는 잘못되었습니다. 왜냐 모가디슈는 실화이고 아가씨는 실화가 아니기 때문이죠.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장르 상으로도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아가씨를 언급했을 까요? 

 

영화 아가씨에서 김민희 배우는 히데코라는 가면을 쓰고 연기를 했습니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존재했던 실존인물처럼 말이죠. 그녀는 힘도 없었고 숙희를 만나기 전까지는 유약한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죠. 하지만 숙희와 백작을 만나고 변화하는 히데코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영화 전반적인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에서는 한신성 대사(김윤석 배우님)가 히데코이고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배우님)이 백작 그리고 북한 대사 쪽이 숙희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한신성 대사만 나올 때는 실존 인물이라는 점이 와닿지 않다가 다른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힘이 생기고 배우 본연의 이미지나 사람 자체가 아닌 캐릭터만 남는 기이한 현상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오! 김윤석이다. 조인성이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여러 명의 캐릭터가 모이면서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남아 진짜 한국 대사의 모습이 이랬을 것 같고 그리고 북한 대사는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역할 몰입도와 배우들의 열연이 한몫을 했다고 할 수 있죠. 

 

남북한 생존의 화합에 신파는 없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잘한 점을 뽑으라고 하면 억지 신파가 없었다는 점을 뽑고 싶습니다.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분명 신파를 뽑아낼 요소들이 무궁무진했는데 적정선을 딱 지켜버리면서 영화가 끝났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 대사관 측에서 한국 대사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같이 지낼 때 분명 한국인의 정을 강조하는 대사나 개개인의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나오고 영화는 이들의 사사로운 이야기에 관심도 없어요. 그저 생존이 목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줄 시간이 없었거든요. 게다가 조금 슬퍼지려고 하면 강대진 참사관과 태준기 참사관(구교환 배우님)이 적절하게 컷 해주고 더 나아가 아이들을 팔아서 영화를 슬프게 만들지도 않습니다. 다큐처럼 만들지는 않았으나 유사 다큐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개개인에게 관심이 1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북한은 잘 생긴 배우, 남한은 아저씨 배우라는 공식도 깨졌고 오직 이들의 화합에는 생존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마지막 케냐로 잘 도착해서도 덤덤한 그들의 모습이 우리의 현실을 더 와닿게 했습니다. 만약, 마지막 장면에 울고 불고 북한과 남한의 정을 보여주는 장면을 넣었다면 이 영화는 망할 예정이였겠지만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하나도 없고 그저 우리가 이해할만한 슬픔 정도만 보여주고 끝납니다. 그동안 한국 영화가 안 한 거예요. 이렇게 만들 수 있었는데!!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아쉬운 점은 북한 말에 자막이 나온다던가 꼭 재미있는 요소를 넣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관객들은 미동도 없는 코믹한 대사를 넣는 등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힌 모습들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액션 장면이 사실적이라 좋았으나 몇 명이 더 죽었어야 사실적일 텐데 그 책으로 차를 덮는다고 기관총을 막고 그런 요소들은 영화라 뭐라 할 수는 없으나 차라리 다른 방법을 썼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영화 모가디슈는 다른 건 모르겠으나 한국 영화의 아주 작은 희망의 빛을 보게 만들었습니다. 신파라는 억지를 많이 넣지 않고도 만들 수가 있구나와 남 북한 영화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 예고편을 보고 온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 제발 이 정도에서 더 발전된 남 북한 영화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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